성장성 있는 가치주.
"한국 증시는 이제 성장주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가치주는 오르지 않았다."
성장주와 가치주.
출장 때문에 장거리를 운전하는 내내 이 두 단어가 궁금했다.
'성장주가 무럭무럭 자라면 가치주가 되는 건가?'
'성장성이 기대되는데 현재 돈도 잘 버는 기업이 있으면 성장주인 건가 가치주인 건가?'
카카오와 네이버는 분명 성장주인 것 같은데.. 마이크로소프트도 성장주라고 한다. 이게 맞는 건가? 설립된지는 30년이 되어가고 직원 16만 명에 작년 매출액이 1400억 달러, 순이익률 30%인데.. 이 정도면 가치 있는 가치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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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전적 의미
가. 성장주 : 지금보다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종목을 말한다. 가치주에 비해 현재 창출하는 이익이 적어 EPS는 낮지만, 수익 규모와 비교할 때 주가가 높아서 PER과 PBR은 높은 편이다. 성장주의 요건으로는 기업의 장래성이 높고 경영자가 유능하며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일시적인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매출액과 이익금이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며 발행주식수도 너무 많지 않은 것 등을 들 수 있다. 주가는 장래의 수익 예측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 신기술 등 즉시 수익 증가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장래에 큰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주식도 성장주다. 하지만 성장주는 주가 변동 폭이 커 수익 또는 손실을 낼 확률이 모두 높다.
나. 가치주 : 성장주가 현재가치에 비해 미래의 수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인 데 비해 가치주는 성장은 더디지만 현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말한다. 가치주는 성장주에 비해 영업실적과 자산가치가 우수하다. 주가지수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크게 떨어지는 시기에 가치주가 많이 생겨나는데 가치주는 성장주에 비해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아 주로 방어적인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의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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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와 가치주라는 두 단어, 어쩌면 주식가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회사의 실적 대비 주가가 높으면 성장주, 주가가 낮으면 가치주 정도로 말이다.
좋은 주식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장과 가치를 둘 다 섞어 놓은 기업이 아닐까? 현재 실적을 잘 내면서도 앞으로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 말이다.
성장과 실적을 모두 갖춘 팔방미인 같은 기업.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친구관계도 좋은데 얼굴도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 완벽한 엄친아 같은 기업. 그런 기업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앞서 말한 모든게 완벽한 엄친아는 당연히 인기가 많을 것이다. 인기가 엄청 많은 사람은 TV에 나온다. 그렇다면 기업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 포트폴리오에 개별 종목으로 매수한 주식은, 그런 기업들이다. 지금까지 실적 흐름이 좋은데, 앞으로 성장성도 기대되는 팔방미인 같은 기업. 만약 성장성이 제 아무리 확실해도 재무제표상 실적 흐름이 안좋은 기업은 사지 않았다.
성장성은 신입사원의 당찬 포부 같은 것이다. 내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어떤 연구도 해봤고, 공모전도 해봤고, 장학금도 받았고, 잘생겼다고 한다. 개인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 하지만 내 회사에서 일을 정말 잘할지는 자리에 앉혀봐야 아는 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을 잘할 것 같은 신입사원의 당찬 포부를 듣고 심사숙고하는 것 뿐이다.
마찬가지로 성장성만 갖춘 기업은 신입사원의 당찬 포부처럼 치밀하고 멋진 사업 계획만 있는 기업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시장에 이미 진입한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여도 대박을 치는게 쉽지 않은데, 성장성만 있고 현재 시장경험도 없는 기업이 사업을 한다면 과연 대박치는게 더 쉬울까? 만약 기존의 체제가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 더 쉬울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적보다 성장성이 큰 기업은 ETF로 대체한다. 성장성에 베팅해야하는 기업은 정보가 별로 없다. 나는 내가 얻는 정보가 수십 년간 기업을 분석하고 베팅하면서 월급을 받는 집단 지성보다 뛰어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내 업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회사 밖에는 결코 없듯이.
요 몇 주간 6천만 원을 향해 날아가는 비트코인과 X2, X3 레버리지 상품의 활황, 성장성 있는 회사들의 주가가 두 배씩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변동성 넘치는 장에 올라탔다. TV에서는 단타, 스캘핑 투자의 고수가 나와서 하루에 10%의 수익을 내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나는 내 투자방법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은 아닌지, 과연 성장성이란 것은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다.
코로나 이전 2019년도에는 배당주에 대한 강의와 블로그, 유튜브 영상이 많았다. 그 때 배당주에 주로 투자한 사람들의 기대수익률은 부동산 월세수익 수준이었다.(*대략 연 8%) 그런데 이제는 두 배, 세 배의 수익률을 당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보인다. 물론 어떤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닌 미천한 나의 느낌일 뿐이지만, 적어도 과거처럼 배당주 수익률 정도에 만족하는 사람은 확실히 없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 계획을 구상할 때가 있다. 새 사업 계획을 구상하면, 사업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데이터는 정량화된 데이터다. 시장점유율, 예산과 같은 것들인데, 숫자로 되있고 수치화 된 자료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을 분석하는데 용이하다.
문제는 정량화가 된 데이터가 이 사업을 사업성 없다고 이야기할 때다. 일을 하다 보면 사업성이 없는 일을 그냥 상부의 지시에 따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정성적인 데이터다. 숫자로 그려낼 수 없는 사람들의 취향, 미래 가치, 시장의 성장성 같은 것은 내가 어떤 가중치를 부여하여 수치화 하는지에 달려있다. 그 가중치는 나름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집합하여 만들지만 데이터를 집합하는 방법과 규칙은 내가 정한다. 그래서 이것을 잘 이용하면 얼마든지 사업성 없는 사업이 사업성 있는 사업으로 둔갑된다.
정량화되지 않은 데이터는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편향된다. 금융 시장은 숫자로 이루어진 시장이다. 되도록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래의 숫자를 들여다 보아야 진실에 가깝다.
그럼에도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의 사고 과정은 완전히 논리적이지 않으므로, 정성적인 데이터의 처리 과정과 같다. 고로, 어떤 시기의 어떤 가격은 비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그러한 비이성적 판단들이 가상화폐 시장과 성장성 짙은 몇몇 회사들의 주식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기변동성이 있든 없든, 성장성과 실적에 대한 분석이 옳든 그르든 간에 합법적인 투자로 큰돈을 버는 것은 축하할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누가 어떤 투자를 하건간에 그것에 대해 내가 가치판단을 할 자격은 없다.
다만, 나는 단기변동성에 의존한 투자에는 재능도 실력도 운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위에서 말한 몇몇 시장이 다소 과열되어 변동성이 커진 상태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 시장에서 누군가는 돈을 벌겠지만, 나는 돈을 못벌것이다. 이 것이 요즘 시장을 바라보는 내 생각이다.
일년에 10%. 내가 정한 20년 플랜에 맞추어 내 투자목표만 이루면 한 해 농사는 완료인 것이다. 초심을 잃지않고 성장성 있는 가치주를 찾아내고 분석하는데 계속 집중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