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전환
코로나 이후의 장세를 보면서 왜 성장주가 각광을 받는지 늘 궁금했다. 요즘 말하는 성장주라는 것이 대게 하루아침에 생겨난 스타트업들이 아니다. 10년, 많게는 20년 이상된 회사들이었고 우리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움직이고 있던 회사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코로나로 인해 주가가 날아오르게 됐을까?
(오늘 글은 박종훈의 경제 한방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박세익 전무님의 인터뷰를 참조하였다.)
모두가 적자를 보는 세상에서는 실적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날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많은 회사들의 실적이 나빠졌다. 어떤 기업들은 적자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한 기업분석이 어려워졌다. 가령 우리가 가장 많이 아는 PER이나 ROE 같은 지표가 무쓸모 해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는 코로나로부터 직접적으로 타격받지 않은 회사들, 코로나로 인한 수혜를 입은 소수의 회사들의 주가가 폭등한다. "주가=실적" 이므로, 다른 회사의 실적이 다 망가져갈 때 멀쩡한 회사만 주목받는 것이다. 해당 주가는 폭등하여 PER이 100배, 심하게는 1000배에 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회사들이 주식 시장의 모든 자금을 수용할 순 없다.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나쁘다고 해서 채권이나 금으로 자금이 무한정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펀드와 기관의 자금은 필수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해야 할 포션이 정해져 있다. 고로 시장의 자금은 차순위의 투자처를 찾게 돼있다.
그 차순위의 투자처에서 전통적인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는 제외된다. 오랜 시간 실적과 경제지표로 설명되었던 주가를 하루아침에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주식들은 실적이 개선되는 시점이 성장주에 비해 명확하다. 시장 상황에 따른 경영 실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과거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추정이 가능하다.
성장주는 그에 비하면 실적을 예측할만한 데이터가 적다. 시간적 데이터가 적기도 하지만 그간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들처럼 PER로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표 분석도 더 미래지향적인 것들로 한다. 전년도 대비 이익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이익성장률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향후 2~3년 내 얼마큼의 이익을 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연간 이익 성장률의 컨센서스가 모아지면 그에 맞추어 현재의 주가가 형성된다.
이렇게 보면 성장주에 매겨지는 가치라는 것이 전문가의 희망적인 분석, 시장의 기대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지표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이렇게 성장주가 힘을 받은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요즘은 성장주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나스닥은 연초 대비 5% 성장하는 동안 S&P500지수 6.7%나 올랐으며 어제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성장주의 대장이었던 테슬라의 경우 올해 1월 4일 첫 장이 열리는 날 731달러였던 것이 현재 676달러로 오히려 하락하였다. 이 외 ICLN을 대표로 하는 친환경주, ARKK ETF, QQQ ETF 등 여러 성장주가 연초 대비 하락하거나 비슷한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이 가치주로 넘어갈 시점인가?
가치주의 좋은 점은 안정성이다. 비싸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떨어질 걱정이 적다는 점이 좋은 점이다.
반면, 수익의 상한이 크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특별할 성장성이 없는 가치주라면 실적과 시장여건에 따라 주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회사 운영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로 장기간 지지부진한 주가를 기록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 확산이 줄어들고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감염자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 중이다. 게다가 북반구는 현재 봄이므로 더 이상 코로나가 전파되기보다는 억제될 확률이 더 높다.
코로나 이슈로 인해 주식시장에 큰 파도가 쳤지만 그 파도가 지나면 시장은 원래의 레벨로 돌아올 것이다. 원래 방법대로 주가를 산정하고 다시 원래의 방법대로 자금은 움직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의 채권금리는 상방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여 보면 성장주 중에서 이미 많이 올랐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정리하고 가치주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다. 요즘 많이 도는 질문인데, 가령 "내가 아무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테슬라와 엑손모빌 둘 중 하나를 사야 한다면 무엇을 살 것인가?"라고 생각해보니 쉽게 답이 나오는 것 같다.(엑손모빌의 PBR은 1.59배, 테슬라의 PBR은 자그마치 29.24배....ㄷㄷㄷ) "주가 = 실적"이라는 기본 공식에 틀리지 않았다면, 코로나가 해소되어가는 지금은 성장주의 헤드룸보다 가치주의 헤드룸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엇을 살 것인가?
언듯 생각나는 항공, 호텔, 여행, 정유, 중공업, 상선 같은 것들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것 같고, 내가 아는 것 중에 오르지 않은 것이라면 리츠(REITs)밖에 없다. 작년부터 자투리 돈들을 모아서 리츠 ETF를 사모으고 있는데, 여전히 코로나 이전에 비해 2/3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잘 안 떨어지는 상품이어서 마음은 편한데, 정말 잘 안 오른다.
여하간 무엇을 사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월급날까지 대략 8일 남았는데, 그 날까지 여러 리포트를 읽으며 좋은 인사이트를 얻어봐야겠다.
오늘 글은 이렇게 싱겁게 끝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