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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퇴직금을 DC형으로 바꾼 이유

알레시스 2021. 7. 3. 00:23

 이번에 퇴직급여제도를 DC로 바꾸었다. 회사에서는 이 제도를 담당하는 분도, 내 주변 분들도 왜 바꾸었냐고 물어본다. 

 나는 되려 궁금하다. 이 좋은 걸 왜 가만히 묵혀두고만 있는지.

 

 1. DC형이 뭐야?

  우선 DC형을 설명하기 전에 퇴직금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퇴직금 : 퇴직급여법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에게 퇴직할 때 주는 돈.

   - 지급 기준 : 근속연수 1년마다 1개월(30일분)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년 근속했다면 30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줘야한다. 이 때, 지급하는 급여는 퇴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이게 보통의 퇴직금이다. 그런데 이와 다른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는다. 바로 DB(확정급여형)와 DC(확정기여형)다. 이 두 제도는 매년 직원들의 퇴직급여를 외부금융기관에 위탁하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 DB형 : 회사가 퇴직금 운용방법을 결정. 직원은 위의 퇴직금 지급 기준에 따른 확정된 퇴직금을 수령

  ○ DC형 : 직원이 퇴직금 운용방법을 결정, 직원은 퇴직 시 운용 수익률에 따른 퇴직금을 수령

 

  직원 입장에서는 DB형이든 그냥 퇴직금제도이든 퇴직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똑같다. 고로, 고려할 점은 퇴직할때 까지 내 임금상승률과 DC로 운용했을 때 운용수익 중 어떤게 더 클지 고민하면 된다.

 

 2. 임금상승률 vs 운용수익률

  그럼 제도간 비교를 위해서 임금상승률 몇 퍼센트일 때, DC 연평균 운용수익률이 몇 퍼센트와 동일한지 알아봐야 한다. 

 ○ 전제조건 : 초봉 5,000만원, 30년 근속, 연봉상승률 X, 운용수익률 Y 

 [ 확정급여형 퇴직금 산출식 ] 

 [ 확정기여형 퇴직금 산출식 ] 

이므로

이렇게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나의 변수만 남기기 위해서 연봉상승률을 5%라고 가정해본다.

 

 

 

30년 후 퇴직금은 5억1452만원이다. 

 

고로, 

 

Y = 0.05, 즉 연금운용 수익률 5%가 나온다...?

 

아............

 

평균 연금운용수익률이 평균 연봉상승률보다 높다면 DC형이 유리하다. 

(....당연한 이야기를 시그마까지 써서 계산한 후에야 알았다.)

 

 그럼 내 연봉상승률은 어느정도 일까?

우선 우리 회사가 연봉을 얼마나 올려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얼마나 연봉을 더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인지 생각을 해본다. 우리 회사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해서 아무리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고 한들 급여의 상승폭이 한정되어 있다. 만약 미친듯이 회사에 헌신해서 경영진이 된다고하여도 마찬가지다. 급여는 올라가겠지만 경영진이 되는 순간 퇴사를 하고 계약직 신분으로 전환된다. 퇴사할 때는 당연히 퇴직금도 중간정산 받게 되므로, 경영진이 됨으로써 얻게되는 급여상승은 퇴직금과 관련이 없다.

 게다가 나는 그렇게 회사에 이 한몸 바쳐 일할 생각은 없으므로, 내 능력에 의한 급여의 괄목할만한 상승은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 낙관적으로 연 5%로 적절할 것 같다. 최근의 물가상승률은 1~2%대 수준인데, 이러한 저물가 현상은 지속될 확률이 높아보인다. 그리고 연차에 따른 급여 인상폭은 진급하지 않는한 2% 미만에 머무른다. 고로 후하게 쳐서 5%는 적정하다.

3. 연금을 어떻게 운용할것인가

내가 DC로 바꾸기로 결심한 첫이유는 S&P500 지수 때문이었다. 20~30년의 시간이라면 과거 데이터를 봤을 때, 수익률이 잘 안나오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 S&P500지수 분석

 1) 1994년~2021년 SPY ETF

SPY etf(1994~2021)

위 그림은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인 SPY의 전 기간 그래프이다. 참고로 Y축이 로그스케일이다.

SPY가 만들어진 1994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실적을 볼 수 있는데, 요약하면

  - 연평균이익률(CAGR) : 10.42%

  - 누적수익률(27년) : 1,527% 

 

 조금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기위해 2001년부터 2021년 사이의 데이터를 알아보자.

 2) 2001년~2021년 SPY ETF

SPY etf(2001~2021)

  - 연평균이익률(CAGR) : 7.97%

  - 누적수익률(20년) : 481% 

 

  가장 좋았던 기간인 최근 10년간 데이터를 알아보자.

  3) 2011년~2021년 SPY ETF

SPY etf 2011~2021

  - 연평균이익률(CAGR) : 14.60%

  - 누적수익률(10년) : 418% 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과거는 어떠했을까

    4) 1971년~1990년 S&P500 지수

S&P500(1971~1991)

  - 연평균이익률(CAGR) : 7.04%

  - 누적수익률(20년) : 361% 이다.

 

현재 S&P500 지수의 연평균 성장률은 8%정도이다. 과거보다는 최근에 가까울수록 S&P500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그렇다면 내 퇴직연금을 모두 S&P500에 몰빵한다면 어떠할까.

 

나. 수익률 분석

  우선 S&P500지수에 모든 연금을 넣는 건 국내법상 불가능하다. 현재 최대치는 70%이고, 나머지 30%는 채권, 예금과 같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해야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가정한다.

 

  ○ SPY 70%, CAGR 8% / 예금 30% , CAGR 2%

   → 연평균 수익률 6.2%

 

위에서 가정한 확정기여형 퇴직금 산출식에 넣어보면

X(임금상승률) = 0.05, Y(운용수익률) = 0.062

 = 60961, 즉 6억 961만원이 나온다.

 

앞서 산정한 그냥 퇴직금은 5억 1452만원 이므로, 차액은 9,510만원, 약 18% 차이가 난다. 

 

9,510만원을 현재가치(3%, 30년)로 돌리면 약 4,035만원이다. 

 

대략 대기업 신입 초봉수준의 금액이다

 

  ○ 가상의 투자상품 70% CAGR 10% / 예금 30% , CAGR 2%

   → 연평균 수익률 7.76%

70% 금액을 CAGR 10%를 내는 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에는 퇴직금 총액이 7억 6857만원이다, 차액은 2억 5406만원, 약 49% 차이다. 현재가치(3%, 30년)로 1억780만원. 이 정도면 퇴직할 때쯤 받던 연봉만큼 돈을 더 버는 셈이다.

수익률이 다소 흥미롭다. DC 운용수익률을 6.2% → 7.7%로 1.5% 올렸을뿐인데, 결과 금액에서는 약 30%의 차이가 발생한다. 

 

 

4. 결론

 어떤 상품에 넣어야할지는 지속적으로 고민해야겠지만, 가장 쉬운 SPY나 TDF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여도 DC로 퇴직연금을 전환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3가지인데,

 

   첫 번째는 내 연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이유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눠서 설명이 가능한데,

   - 외부적 요인 : 국가 간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저성장, 저물가 지속

   - 내부적 요인 : 큰 급여상승의 모멘텀이 없는 나의 직업 

 

 빈부의 차를 줄인다는 것은 가능할까? 빈부의 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자발적으로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나누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은 생물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고 싶다. 

 국가 간 빈부차이는 속도를 달리할 뿐 결국은 심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시장의 전체 크기는 크게 늘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로 인해 저성장 기조는 만성화 될 것이고, 경제 성장률이 낮으니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저물가도 지속 될 것이다. 저물가 상태에서는 당연히 임금상승률도 낮게 된다.

  그리고 내부적 요인으로 나는 큰 급여상승을 기대할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러하고 나의 직업도 속히 인생 대박을 노릴만한 것은 아니다. 혹시나 내가 고연봉의 좋은 자리로 옮긴다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고로 현재 상태에서 임금상승에 의한 퇴직금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자산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미국 본원통화 그래프이다.

미국 본원통화(출처: https://fred.stlouisfed.org/series/BOGMBASE/)

 1970년 본원통화량 :  76,400 백만달러

 1980년 본원통화량 : 156,000백만달러

 1990년 본원통화량 : 293,100백만달러

 2000년 본원통화량 : 601,900백만달러

 2010년 본원통화량 : 1,995,000백만달러

 2020년 본원통화량 : 3,442,600백만달러

 2021년 5월 본원통화량 : 6,042,100백만달러

 

 1990년도 이전까지 매 10년마다 본원통화는 두배씩 증가하다가 이후부터는 3배씩 증가하였다. 중간시기에 테이퍼링이나 양적축소가 있긴 했으나, 큰 흐름의 방향은 그대로 이다.

 그렇다면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까?

 돈을 회수하면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서 경기가 침체된다. 자연스레 경제성장률을 낮아질 것이고 사람들의 생활은 이전보다 궁핍해질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통화정책 상 돈을 회수하려면 괄목할만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이 사전이 있어야 한다. 경제가 충분히 성장하여 어떤 면에서는 다소 과열되었다고 판정되어야만 FED에서는 시장금리를 올려볼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야만 유동자금을 회수하면서 시장 과열을 식힌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첫번째 이유로 내가 말했듯, 인플레이션이나 큰 경제성장은 구조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현대통화이론과 같은 주류에서 취급받지 못하던 이론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돈을 회수하기보단 풀자고 이야기하기 좋은 환경은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현재 경제규모 1위인 미국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규모와 성장률을 단순히 고려해도 미국을 따라잡을, 혹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어떤 나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은 다인종 국가이며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보다 더 양질의 인력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은 없다.

 미국은 비교적 투명한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 불합리한 이야기, 심지어는 국가 정책에 반하는 이야기일지라도 충분히 의견을 표출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특정 집단의 사고 방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끊임없는 견제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여러 면을 생각해 보았을 때, 외부적 요인으로 미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내부의 분열 등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도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 가장 걱정할 만한 것은 미국 내 빈부차이로 인한 사회 격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그다지 심한편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퇴직하는 30년 후까지는 말이다.

 

 고로 DC로 퇴직금제도를 전환하고, 미국 대표 시장지수와 회사에 투자하는게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글은 여기에서 마쳐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