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부
가끔은 레퍼런스가 없는 일이 있다. 딱히 참고할만한 게 없어서 그냥 맨몸으로 부딪혀보면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 말이다. 나는 그런 일들을 수월하진 않지만 어떻게든 해내는 편이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부딪혀보는 게 내 특징이라 어떻게든 몰아붙여서 해결은 해낸다. 과정이 요란스러워서 그렇지.
덕분에 나는 두 가지 평가를 받는다. 하나는 성실하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일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일의 추진전략이 치밀하지 못하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일을 하느라 그렇다. 요즘 직장인을 분류하는 방법으로 이야기하면 전형적인 '멍부'다.
똑부, 똑게, 멍부, 멍게 중 최악은 멍부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난 머리가 좋거나 기민한 편이 아니다. 나는 정교한 계획을 세우거나 여러가지 변수를 가지고 최적의 안을 찾아내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다만 변명이라도 해보자면, '멍부'는 어쩔 수 없이 선택된 나의 모습이다. 내가 사회에서 경쟁력을 얻으려면 '멍부'뿐이었다. 좋은 방법을 찾는 혜안이 없으면 시행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나는 승진을 준비하고 있다. 승진을 결심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내 블로그의 주제처럼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편안한 삶을 누리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전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현상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 서있는 것이라는 걸 느껴서였다.
걱정은 내 '멍부' 스타일이다. 내 멍청함으로 겪는 나의 고통은 상관없는데, 앞으로 나의 팀원이 될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멍게가 나은데...)
그렇다고해서 프리라이더가 될 마음은 없고 선천적인 지력도 어쩔 수 없으니, 지식이라도 많이 쌓아놓으려 한다. 품질이 안되면 양으로라도 승부해야니까.
한 달에 최소 두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블로그에 소감을 쓰는 게 내 지식 확장 프로젝트의 첫 계획이다.
이 계획은 12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오늘 글도 여기서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