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는 영혼의 목적이 아니다.(영화 "소울")
내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현재 "무엇"을 하는게 가장 최선일까?'
아래는 바보 같았던 내 이야기이다.
나는 긴급히 상사에게 올려야할 보고사항이 있다. 아주 시급한 문제이다. 그런데 나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다.
'보고서를 워드로 써야하나? 아니면 엑셀로 써야 하나?... 긴급하니 그냥 카톡으로 보낼까?... 아니 일단 손으로 써볼까?'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 나는 실기하고 말았다.
"무엇"을 해야만 나는 행복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게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긴 시간을 들였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그 때 내가 워낙 심각히 고민을 했기 때문인지,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꼭 무엇을 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해줬다. 그냥 살다 보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말들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인생을 이해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조언들은 잠시의 고민도 하지 않고 모두 흘려버렸다.
그런데, 8년정도 직장생활을 해본 현재의 내가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말 같다.
음악해볼까 고민하다가 포기한 채 첫 회사에 입사. 그리고 이렇게 회사에 헌신할 바엔 음악에 헌신하겠다며 6개월 만에 퇴사. 하지만 음악을 제대로 할 용기도, 능력도 없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음악을 포기하고 다시 회사에 입사.
다시 회사에 입사하던 그 때의 나는 분명 불행한 사람이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행복한 길을 찾아 걸어 나가다 보니 마법같이 행복해졌다. 오히려 이전에는 느꼈던 불안함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영화 "소울"에서 제리가 조가드너에게 이런 말을 한다.
'"스파크"는 영혼의 목적이 아니다.'
삶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행복이다. 그런데 나는 행복을 위한 수단에 매몰되어 살았다.
나는 행복의 수단을 "내가 즐거워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라 규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했는데 불행해진 것이다.
가끔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하다보면, 종종 친구가 오묘한 뉘앙스로 나를 동정하는 듯이 말할 때가 있다. 그 친구는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살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 채 직장인으로 지내는 내가 안쓰러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위로하는 것은 무례하니 차마 이야기를 못하다가 미묘한 안타까움을 흘려버리고 만 것이다.
비록 나는 생각해본적 없던 회사에 입사하고, 밤새 야근하며 밴드와도 인연을 끊어야 했지만... 그 덕분에 아내를 만났다. 그리고 결혼을 했고 편안한 집도 가졌으며 곧 아이도 태어난다.
음악을 하며 살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지금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안정된 삶이 나는 만족스럽고 행복해서 친구의 위로에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영화 "소울"에서 "조 가드너" 몸에 들어간 "22"가 가드너의 이발사에게 불행한 삶을 산다며 위로하는 장면이 있다. 왜냐하면 이발사가 어떤 사정으로 본인이 원하던 수의대에 가지 못하고 미용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이발사가 대답한다.
"워워워..ㅎㅎ 넘겨짚지마. 지금 무진장 행복하니까!"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확실히 알았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오늘 글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