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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지기보다는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알레시스 2022. 10. 30. 20:46

워렌버핏바이블2021, 이건, 최준철, 홍영표

[책을 산 이유]

  올해는 주식 시장이 험난하다. 3,400선을 드나들던 코스피는 2,200 언저리에 있고 미국 S&P 500 지수는 한때 4,800선까지 도달했다가 현재 3,900선에 있다. 

  덕분에 내 계좌 또한 험난하다. 정확한 건 정산을 해보아야겠지만 작년에 벌었던 차익은 모두 뱉어낸 상태이다. 그나마도 달러가 원화 대비 강세여서 헷지가 된 것인데, 만약 주가지수는 그대로인 상태로 환율만 떨어진다면 손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 큰 하락장을 경험해보니, 투자에 필요한 기본기를 더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 대담을 묶어 놓은 이 책을 샀다. 지난 60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버핏과 멍거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인지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버핏과 멍거의 투자법]

  미국의 일론 머스크, 일본의 손정의를 보면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분들은 자동차 자율주행, AI를 통한 자동화 시스템 등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우리 생활에 어설프게나마 적용되고 있는 기술을 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머지않아 기술은 상용화될 것이며, 그 기술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분들이 이야기하는 기술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닌지라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동참한다. 

  반면 버핏과 멍거는 조금 다른 사람들이다. 이 두 사람은 주가란 기업의 수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위험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확실하게 돈을 벌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확실하게 돈을 벌 회사만 산다. 그러니까, 앞서 말했던 머스크와 손정의 보다는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투자를 추구한다.

 

  사람은 자신이 처하게 될 위험은 과소히 바라보고 앞으로 잘 될 가능성은 크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찰리 멍거는 이를 두고 "인지 편향"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지 편향을 겪는 이유는 모든 사람의 궁극적인 인생 목표가 행복이기 때문인 것 같다. 뭐, 행복하지 않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여하간, 살이 찌는 걸 알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돈이 없는 걸 알면서도 할부로 비싼 차를 사고, 배가 나오는 걸 알면서도 운동하지 않고 누워있는 것 모두 미래의 "나"는 잘 해낼 것이라는 인지 편향 때문 아닐까?

  그런데,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인지편향"이 투자에 반영되면 별 볼 일 없는 회사의 주식을 상당히 많이 사는 일이 벌어진다. 남들이 다 아는 유명하고 돈 잘 버는 회사의 주식을 사봐야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으니 성공률은 낮지만 대박이 터지면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인지 편향 덕분에 내 머릿속 성공률은 대단히 높은 상태로 말이다.

  만약 "인지편향"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면, 버핏과 멍거는 상당히 겸손하고 현명한 사람들이다. 인지 편향과 같은 인간의 나약함, 즉 본성을 어찌할 수 없는 이성의 한계를 충분히 인정하고, 자기 자신도 예외가 아님을 늘 상기하며 인지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나름 체계를 구축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내재가치와 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일 말이다. 이 체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도 대단히 노력해오고 있다는 것을 그간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수 있는데, 찰리 멍거가 했던 말 중에 내게 가장 깊은 영감을 준 말이 있어서 아래에 써본다.

 

  "똑똑해지기보다는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무언가를 잘하기가 쉬울까 무언가를 못하지 않기가 쉬울까? 어떤 일을 월등히 성공해내기가 쉬울까 어떤일도 아주 망치지 않는 것이 쉬울까? 

  내가 오늘부터 피아노를 10시간씩 수년간 연습한다고해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가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부터 1시간씩 1년은 피아노, 그다음 1년은 바이올린, 그다음 1년은 첼로를 배운다면 그 세 가지 악기 모두 듣기 좋게 연주할 수준은 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수 많은 회사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십여 년 정도 사업을 지속한다.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월등한 수익 상승을 보이는 회사를 찾아내긴 어렵겠지만, 잔잔하게 사업을 영속할 정도로 돈을 버는 회사를 찾긴 쉬울 것이다. 

  특별한 성공을 바라는 것보다 실패를 막는 편이 더욱 쉽다. 

  높은 수익률 보단 적정 수준에서 손실률을 낮추는 것이 쉽다.

 

[다시 세우는 나의 대원칙]

  그래서 이렇게 내 인생의 대원칙을 다시 세워본다.

 

  "똑똑해지기보다는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