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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의 평화(유대인, 불쾌한 진실을 읽고)

알레시스 2023. 12. 23. 15:32

유대인 불편한 진실, 슐로모 산드 저, 알이따르 역

 

  내일 미국이 모든 미국 국민의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의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로 식별되는 사람들을 위한 국가라고 결정한다면, 그게 바로 이스라엘 유대 국가와 꼭 닮은꼴이 될 것이다. (10장. 이스라엘의 유대인은 누구인가?, p.157)

 

  원이 사각형이 아닌 게 틀림없는 것처럼,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면 유대인인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이 아닌 사람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유대인이 될 수 없다.(11장. 디아스포라의 유대인은 누구인가?, p.173)

 

  이스라엘의 헌법적 법률(현재 이스라엘 국가에는 헌법이 없다)을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12장. 배타적인 당파를 탈퇴한다, p.189)

 

 

[이스라엘 분쟁의 시작]

  제 1차 세계대전, 유대계의 로스차일드 가문은 영국을 지원했고 1917년 외부장관 아서 벨푸어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을 위한 국가를 세우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미 그 전인 1915년에 오스만 제국과 전쟁 중이던 영국은 아랍인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아랍인들의 독립국을 세워주겠다는 맥마흔 선언을 했다. 이 이중 계약은 이스라엘-중동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하지만 그 문제의 선언들이 선포된 것도 100년이 지났다. 방향을 잘 못 잡았더라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왜 여전히 분쟁 중인 것일까.

 

[유대 민족만의 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헌법이 없다. 1948년 이스라엘을 정의하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의견을 피력했으나(시온주의, 공산주의, 왕정 등) 어떤 것으로도 합의를 못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헌법을 대신하는 기본법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본법에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유대 민족의 국가'라고 규정하였다. 이 말대로면 유대 민족, 즉 유대인이 이스라엘 자결권의 주체가 된다.

  그럼 '유대인'이 누구인가? 과거에는 유대(유다) 지역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전라도에 살면 전라도인, 경상도에 살면 경상도인, 한국에 살면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유다왕국이 망한 이후로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어버렸고, 특정 지역에서 그들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었다. 어떤 유대인들은 아프리카로, 아시아로, 유럽으로 각각 먹고살 곳을 찾아 흩어졌다. 따라서 현대의 유대인을 정의하는 것은 종교다. 

 

[단일 민족 아닌 땅에서 배타적인 단일 민족 국가의 수립]

  국가와 민족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민족은 문화, 역사, 인종, 종교와 같은 특정한 공통점이 있는 공동체를 말한다. 민족은 특정 공통점이 하나 이상이면 된다. 특정 지역에 귀속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민족에 속한다고해서 민족의 규범을 꼭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지킬 수도 있고 안 지킬 수도 있다. 민족의 규범은 생활양식일 뿐이지 구속력을 가진 통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는 특정 지역(영토)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통치권을 가진 사회단체를 말한다. 국가는 영토와 통치권(주권)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영토 없는 국가는 없으며, 국민의 국가의 규범에 구속된다. 그리고 국민은 그 영토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 민족으로 구성될 수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기본법(사실상 이스라엘의 헌법)에 국가를 정의하면서 그 국민을 유대 '민족'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현대의 민주공화정을 정치제도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공화정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민주공화국은 정치, 종교, 성별, 인종으로 국민을 차별해선 안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기본법에서 종교를 가지고 국민을 차별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정교 분리가 되지 않은 신정국가인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 땅(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유대교인이 모세를 따라 출애굽(이집트를 떠나는 것)을 하기 전부터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종교가 다른 그들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1등 국민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스라엘 땅과 생물학적으로 연관없는 아슈케나짐(동유럽계 유대인), 세파르딤(스페인, 북아프리카계 유대인), 그리고 해외에서 세속적으로 살며 일 년에 한두 번 이스라엘을 방문할까 말까 하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1등 국민 대우를 받는다. 단지, 그들의 혈통이 유대인이 때문이다. 이 타고난 유대인들 세속화되어 유대교 율법을 딱히 지키지 않아도 단지 유대교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1등 국민이 된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특권이다.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은 결코 1등 국민이 될 수 없다. 만약 그들이 유대교로 개종하려 랍비를 찾아간데도 결코 그들을 승인해주지 않는다.(유대교는 개종에 대해 보수적이다. 한국계 유대교인이 한국계 이슬람보다 적은 매우 소수라는 점을 참고한다.) 

  단일 민족이 아닌 땅에서 배타적 단일민족 국가의 수립은 영원한 분쟁뿐이다. 유대교의 배타적 문화는 차별을 일으키고 차별은 반목을, 반목은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평화의 첫 걸음]

  유럽의 주요 국가들, 그리고 미국은 유대교인에 대한 원죄(홀로코스트) 때문에 이스라엘에 쓴소리를 못한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강박은 유대교인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 반유대주의로 정의 내렸다. 서구의 주요 여론은 이스라엘을 늘 "선"으로 바라보았고, 이런 파시즘적 취약점을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들은 적절히 이용했다.  

  이젠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홀로코스트의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유대인은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 누군가 내 뺨을 때렸다고 해서 내가 제 3자의 뺨을 때릴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 중 유대인은 절반정도일 뿐이다. 전쟁포로, 집시, 저항세력, 공산주의자, 부랑자들, 장애인, 병자들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피해 입은 유대인 중 자기 자신을 유대인으로 정의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유대인이라고 불리기보다는 폴란드인, 독일인, 프랑스인으로 불리길 원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개종했음에도 유대인의 자식이란 이유로 죽었다. 홀로코스트의 전쟁범죄는 당연히 나쁜 짓이고 일어나선 안된다. 하지만 시오니스트들은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독점하였고, 그 결과 우리는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를 떠올릴 때  아슈케나짐(동유럽의 유대인)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고로 이스라엘은 변화해야 한다. 그들이 다른 민족에 입히는 피해가 홀로코스트로 정당화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정의하는데 종교를 빼야 한다. 모든 한국인이 유교신자가 아닌 것처럼, 모든 이스라엘인이 유대교인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스라엘의 무슬림 비중은 약 18%이다. 그들을 유대교인과 동일하게 이스라엘인으로 인정해야 하고, 이스라엘을 자유로운 민주공화국으로 진흥하도록 그에 걸맞은 헌법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평화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