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바우 선반 만들기
우리 집은 10년 된 집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나온 집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빌트인 화장대인데, 희한하게도 우리 집 화장대에는 수납공간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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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에 있는 것이 화장대인데 보이는 것처럼 거울과 서랍만 있다.
화장품이라곤 로션, 스킨, 헤어용품뿐인 나는 잘 못 느꼈는데, 아내는 영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화장품은 많은데 어디에 놓아야할지 모르겠다며 요즘 집들처럼 거울 달려있는 미닫이식 수납장을 설치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많은 화장품을 다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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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모양의 화장대가 있었으면 했던 것인데, 내가 셀프로 시공하기엔 어려워서 대충 뭉개고 있었다. 그러길 몇 주.. 아내가 몇 차례 진행상황을 채근하였고, 나는 시공의 한계성을 설명하면서 선반설치 정도로 합의를 보았다.
처음에는 선반을 구입을 해서 설치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선반을 찾아보아도 우리 집 치수에 맞는 선반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좀 큰 걸사서 자르기도 번거로운 일이고...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목재를 재단해서 잘라는 주는 곳을 찾았다.
360*180 정도의 멀바우 18T 3개를 선반 모양으로 자르는데 2만 원 정도였다. 대략 기성품을 사면 무지주 멀바우 선반 하나에 2만 원이니까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주문을 했다.
1. 실측 및 나무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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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T짜리 멀바우 집성판을 360*180, 360*150, 360*120 3개로 재단했다. 그리고 한쪽 모서리만 25파이 정도 라운딩 했다. 나머지 두 개는 헤어드라이어나 고데기 거치대로 쓰려고 120*80 정도로 재단했다.
그래서 바로 지지대 박고 바로 설치하려고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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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가 너무 날카로웠다.
목재상에서 재단만 해주시다 보니 마감처리가 돼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사포질을 시작했다.
2. 사포질(100방, 300방)
집에 있는 사포가 100방짜리, 300방짜리가 있어서 두 개로 했다. 마지막은 600방짜리로 해야 한다고 어느 블로그에 쓰여있던데,,, 다이소까지 갔다 오기도 귀찮아서 300방만 했다. 바니쉬 바르면 괜찮아지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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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참 이게 불편하다. 내가 일반 주택으로 가고 싶은 이유인데, 작업공간이 없다.
아쉬운 데로 화장실에서 청소기 돌려가면서 문 닫고 사포질 했다. 그래도 나무가 크지 않아서 사포질 하는데 별로 힘들이진 않았다.
3. 1차 바니쉬 도장
나무 표면은 어느 정도 매끈해졌고, 유광 느낌을 내고 싶어서 본덱스 바니쉬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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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바니쉬를 사면서 알아보니 광도별, 색깔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현재 화장대가 하이그로시 소재에 채도 낮은 짙은 올리브색으로 돼있어서 색 조합 때문에 투명유광 바니쉬를 칠했는데, 다른 목재를 쓰고 색깔만 다른 걸로 칠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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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놀라운 바니쉬의 능력..! 얼굴에 BB크림 바른 것 마냥 나무에 생기가 돌아왔다.
이렇게 하고 4시간 정도 방치한 후에 재도장하면 된다고 바니쉬 매뉴얼에 쓰여있는데, 나는 퇴근 후에 이 작업을 하는 것이므로 그냥 하루를 방치고 다음날 재도장을 했다.
3. 사포질 그리고 2,3차 바니쉬 도장
1차 바니쉬가 다 마르니 표면이 뭔가 거칠거칠했다. 그래서 300방, 600방짜리로 가볍게 사포질하고 겹 도장을 했다. (도장하고 나서는 사포질을 세게 하면 도장이 날아가버리니 주의해야 한다.)
2차 도장부터는 스펀지 붓으로 했다. 600방 사포 사러 다이소 갔다가 붓 자국이 안 남는 스펀지 붓이라고 쓰여있어서 냉큼 사 왔다. 과연 갓이소... 뭔가 필요할 때, 항상 있다 그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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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도장을 끝냈다. 스펀지 붓을 쓰니 확실히 바르기도 쉽고 표면처리도 매끈했다. 작고 굴곡 없는 표면을 작업할 땐 스펀지 붓이 딱 맞다.
4. 설치
무지주 철물을 사서 깔끔하게 작업을 할까했지만, 무지주로하자니 전동드릴만 사용하여 반듯하게 홀을 파낼 자신이 없었다. 드릴 선반이라도 잠깐 쓰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55*55*30짜리 ㄱ자 꺽쇠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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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지주대를 별도로 팔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없어서 검은색으로 코팅된 ㄱ꺽쇠를 샀다.
꺽쇠 고를 때는 길이가 고민이었다. 나는 대략 지지할 제품길이의 1/3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치하고보니 대략 지지할 길이의 절반은 되야할 것 같다. 길이 180mm, 150mm 선반은 55mm 꺽쇠만 달아놓으니 힘을 주면 휘어지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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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설치했다. 수평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평평한 플라스틱 상자를 가져와서 수평을 잡았다. 역시 셀프시공은 야매로 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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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3단 선반 설치까지 완료했다. 멀바우 짙은 컬러가 고급진 느낌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뭔가 고급진 80년대 호텔 목욕탕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그나저나 저 선반 말고 작은 나무토막 2개 자른 게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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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달아놓았다. 이건 헤어드라이기 거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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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혁신이란 이런 것 아닐까..?'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헤어드라이기를 놓는다.
놀랍게도 사용하기엔 매우 편하다.
5. 결론
내 블로그는 돈에 관련한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므로 절감액을 산출해보기로 한다.
- 나무재단 : 20,000원
- 바니쉬 : 8,000원
- 철물 : 8,000원
- 스폰지붓 : 1,000원
- 사포 :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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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38,000원
대략 무지주 선반 3개면 60,000원꼴이니 40% 정도 돈은 아꼈다.
기성품 선반이 내가 원하는 것과 꼭 맞다면 기성품을 사는 게 나은 것 같다. 아무래도 표면 마감처리 부분은 좋은 장비와 전문가들이 해주시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럼에도 아내께서는 완성품을 보시고는 매우 좋아하셨다.
나는 이 맛에 셀프 시공한다.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선반 하나가 만들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