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글을 잘 못쓸까?카테고리 없음 2021. 11. 17. 17:49
나는 좀 언어 능력이 떨어진다. 주변에서는 종종 날 더러 말도 잘하고 글도 잘쓴다고 하지만, 나를 깊이 몰라서 그런것이지 전혀 그렇지않다. 모임에서 작게나마 발언을 해야할 때, 짤막한 글을 작성해서 내야할 때 내가 보였던 것은 정말 하루죙일 생각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그럴듯하게 보일 뿐이지, 불쑥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면 항상 허공을 맴도는 말만 한다.
방금도 그렇다. 회사에서 내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분야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면 너무나 무책임하고 능력없어 보일 것 같아 최대한 아는 척했다. 그렇게 어찌저찌 대화를 마쳤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영 미덥지 못해하는 상대방의 표정이 생각나는 것이다. '요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겁나 아는 척하네..'라고 왠지 속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표정.
....
... 이게 글을 못쓰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이야기 일까? ...
이렇듯 나는 글을 잘 못쓴다. 대화할때도 가끔 맥락을 못찾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곤 한다.
..
나는 왜그럴까? 왜 말도 잘못하고 글도 잘못쓸까?
첫 번째는 평소에 말을 잘 안하기 때문인 것 같다. 조용히 있는 게 이익이라고 학습된 것인지 원래 내 성품이 조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별안간 나는 말을 잘 안한다. 말을 잘 안하는 이유는 할 말이 없고 아무 말이나 해야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생각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 평소 생각정리가 안되있다보니 입을 열면 아무말이나 나가려고 한다. 그렇다고해서 아무말이나 할순 없으니 입은 꾹닫는다. 그러면서 말하는 횟수는 더욱 적어졌다.
두 번째는 별 다른 취향도 없고 가리는 것도 없고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이 대충 사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대충 살다보니 외부적인 변화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날씨가 추우면 추운갑다, 더우면 더운갑다 생각한다. 아침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가도 무덤덤. 회사 식당의 점심메뉴를 보고 남들은 다 먹기 싫다해도 난 별 생각이 없다. 그냥 먹으면 되니까.
이런 성격 탓에 나는 머리 굴릴일이 별로 없다. 남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전략과 방법을 고민할 때,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한다. 그래서인지 내 생각을 조리있고 설득력있게 정리하는데 영 재능이 없다.
세번째는 표현을 많이 안해봤기 때문이다. 운동을 잘 못하는 이유는 운동을 안해봤기 때문이다. 글을 잘 못쓰는 것은 글을 많이 안써봤기 때문이고, 생각을 순발력있고 조리있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연습을 안해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연습을 안하고도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내가 말한 두가지 이유와 반대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평소에 글과 말을 많이 하고, 생각할 일이 많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 온 것이다.
표현을 하는데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고민한 표현이 표출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나의 의지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 글의 결론은,, 못하는 게 있으면 정성과 노력을 들이자는 것이다.
정성과 노력을 들이는게 귀찮다고? 귀찮아도 하자, 귀찮음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