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 인류는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했다. 시간이 지나 인류는 더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 동맹을 맺는 것이다. 싸우기를 멈추고 누군가를 감시하느라 소모했던 힘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류는 조직화됐고 그 습성의 DNA는 살아남았다. 현대에 이르러 대다수 폭력은 사라졌다. 하지만 폭력을 일으킨 사람 사이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갈등을 말로 설득하여 푼다.
설득하는 인간으로써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나와 대척점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보고서를 써서 대응전략을 짜고 그것이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장님과 상의한다.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한다. 내 월급을 위해서. 그리고 회사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런데 내가 정확히 알고 있어도, 명확하게 말을해도 설득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나의 말을 상대방이 무시하거나 상대방이 인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부턴 논리로 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사실 그게 참 어렵다. 트로이목마처럼 듣는 사람 모르게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가르치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반감을 가진다. 그래서 옳은 말을 하더라도 내가 당신에게 가르친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되고, 듣는 사람 스스로가 깨우치는 느낌을 줘야한다.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보았더니 '아! 그렇구나!'라고 깨닫는 느낌. 그래서 비유가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쓴 곽재식 교수가 쓴 이 책은 훌륭하다. SF판 이솝우화다. 관료주의, 반지성주의, 집단주의 등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선 정치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는 무겁고 민감한 주제를 아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글을 썼다. 작가가 제시하는 옳은 것에 대한 방향도 내포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