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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인생 우습지 않다를 읽고
    카테고리 없음 2023. 8. 18. 23:35

    네 인생 우습지 않다. 전한길 저

     

      인스타를 보다가 어떤 인강 강사가 시원하게 수강생들에게 팩폭 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할거면 당장 때려치아라!!"

     

      상당한 위선 인간인 나는 사회에서 할 말을 못 하며 사는 편이다. 그래서 그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개운했다. 그렇게 전한길 선생을 알게 됐고 한때는 밑바닥까지 실패했다가 현재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의 인생사가 궁금해서 이 책을 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란 첫 번째는 전한길 선생의 메모 때문이었다. 책에는 89년도부터 써온 메모들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다. 메모의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어느 하루의 느낌을 단순히 담았거나 누구나 아는 명언이나 다짐이 쓰여있는데, 다만 이것이 수십 년간 매우 일관되어 있기에 마치 수도승의 수련일지를 읽는 것 같았다.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생각만 하면 그것은 내 머릿속에만 있다. 사실상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 머릿속에 있던 것이 비로소 정보의 형태로 세상에 존재한다. 하지만 존재의 시간이 매우 짧다. 글을 쓰면 존재의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내가 만든 정보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게 할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는 늘 짧은 현재를 스쳐갈 뿐이다. 스쳐가는 현재를 값지게 만드는 건 이미 스쳐간 과거의 선택이다. 그래서 전한길 선생의 메모 습관은 꼭 닮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 맨뒤에는 김진홍 목사에 대한 감사의 글이 쓰여있다. 나는 김진홍 목사가 역사를 왜곡하는 뉴라이트의 중심에 있다는 점 때문에 책을 읽으며 받은 감동이 일 순간에 깨질 것 같았다. 역사를 가르치는 전한길 선생이 옳은 사관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전한길 선생이 김진홍 목사의 과오를 모를 것이라 생각되지 않고, 아마도 과거 한때 그의 말이 자기 인생에 힘이 됐기에, 전한길 선생답게 솔직하게 표현했으리라. 나 또한 현재 한 사람의 행실이 개차반이라고 해서 과거 그가 멀쩡하던 시절에 준 감동까지 폐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투쟁하던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였지만,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는 여전히 아름다우니까. 

     

      오늘 글은 여기서 끝.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