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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바우 선반 만들기
    카테고리 없음 2021. 1. 24. 17:50

     우리 집은 10년 된 집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나온 집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빌트인 화장대인데, 희한하게도 우리 집 화장대에는 수납공간이 하나도 없다. 

     

    드레스룸과 화장대 시공전

     

     사진 왼쪽에 있는 것이 화장대인데 보이는 것처럼 거울과 서랍만 있다.

     

     화장품이라곤 로션, 스킨, 헤어용품뿐인 나는 잘 못 느꼈는데, 아내는 영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화장품은 많은데 어디에 놓아야할지 모르겠다며 요즘 집들처럼 거울 달려있는 미닫이식 수납장을 설치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많은 화장품을 다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출처 : https://blog.naver.com/dodreamdi/222033024015 (Dodream 인테리어)

     

     아마 이런 모양의 화장대가 있었으면 했던 것인데, 내가 셀프로 시공하기엔 어려워서 대충 뭉개고 있었다. 그러길 몇 주.. 아내가 몇 차례 진행상황을 채근하였고, 나는 시공의 한계성을 설명하면서 선반설치 정도로 합의를 보았다.

     

     처음에는 선반을 구입을 해서 설치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선반을 찾아보아도 우리 집 치수에 맞는 선반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좀 큰 걸사서 자르기도 번거로운 일이고...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목재를 재단해서 잘라는 주는 곳을 찾았다.

     

     360*180 정도의 멀바우 18T 3개를 선반 모양으로 자르는데 2만 원 정도였다. 대략 기성품을 사면 무지주 멀바우 선반 하나에 2만 원이니까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주문을 했다.

     

    1. 실측 및 나무 주문

     

    재단한 멀바우집성판1

     

     18T짜리 멀바우 집성판을 360*180, 360*150, 360*120 3개로 재단했다. 그리고 한쪽 모서리만 25파이 정도 라운딩 했다. 나머지 두 개는 헤어드라이어나 고데기 거치대로 쓰려고 120*80 정도로 재단했다.

     

     그래서 바로 지지대 박고 바로 설치하려고 했더니...

     

     

    재단한 멀바우집성판2

     

     모서리가 너무 날카로웠다. 

     목재상에서 재단만 해주시다 보니 마감처리가 돼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사포질을 시작했다. 

     

    2. 사포질(100방, 300방)

     집에 있는 사포가 100방짜리, 300방짜리가 있어서 두 개로 했다. 마지막은 600방짜리로 해야 한다고 어느 블로그에 쓰여있던데,,, 다이소까지 갔다 오기도 귀찮아서 300방만 했다. 바니쉬 바르면 괜찮아지겠거니...

     

     

    분노의 사포질

     

     아파트는 참 이게 불편하다. 내가 일반 주택으로 가고 싶은 이유인데, 작업공간이 없다.

     아쉬운 데로 화장실에서 청소기 돌려가면서 문 닫고 사포질 했다. 그래도 나무가 크지 않아서 사포질 하는데 별로 힘들이진 않았다.

     

    3. 1차 바니쉬 도장

    나무 표면은 어느 정도 매끈해졌고, 유광 느낌을 내고 싶어서 본덱스 바니쉬를 구입했다. 

     

     

    바니쉬 바르기전

     

     이번에 바니쉬를 사면서 알아보니 광도별, 색깔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현재 화장대가 하이그로시 소재에 채도 낮은 짙은 올리브색으로 돼있어서 색 조합 때문에 투명유광 바니쉬를 칠했는데, 다른 목재를 쓰고 색깔만 다른 걸로 칠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니쉬 1차도장

     

     오오.. 놀라운 바니쉬의 능력..! 얼굴에 BB크림 바른 것 마냥 나무에 생기가 돌아왔다. 

     

     이렇게 하고 4시간 정도 방치한 후에 재도장하면 된다고 바니쉬 매뉴얼에 쓰여있는데, 나는 퇴근 후에 이 작업을 하는 것이므로 그냥 하루를 방치고 다음날 재도장을 했다.

     

    3. 사포질 그리고 2,3차 바니쉬 도장

     1차 바니쉬가 다 마르니 표면이 뭔가 거칠거칠했다. 그래서 300방, 600방짜리로 가볍게 사포질하고 겹 도장을 했다. (도장하고 나서는 사포질을 세게 하면 도장이 날아가버리니 주의해야 한다.)

     

    2차 도장부터는 스펀지 붓으로 했다. 600방 사포 사러 다이소 갔다가 붓 자국이 안 남는 스펀지 붓이라고 쓰여있어서 냉큼 사 왔다. 과연 갓이소... 뭔가 필요할 때, 항상 있다 그곳엔...

     

     

    갓이소 스폰지붓과 2,3차 도장 후

     

    여하간 도장을 끝냈다. 스펀지 붓을 쓰니 확실히 바르기도 쉽고 표면처리도 매끈했다. 작고 굴곡 없는 표면을 작업할 땐 스펀지 붓이 딱 맞다. 

     

    4. 설치

     무지주 철물을 사서 깔끔하게 작업을 할까했지만, 무지주로하자니 전동드릴만 사용하여 반듯하게 홀을 파낼 자신이 없었다. 드릴 선반이라도 잠깐 쓰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55*55*30짜리 ㄱ자 꺽쇠를 샀다. 

     

    ㄱ꺽쇠 (출처 : https://smartstore.naver.com/wwoodkr/products/618860355 월드건축자재)

     

    선반 지주대를 별도로 팔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없어서 검은색으로 코팅된 ㄱ꺽쇠를 샀다. 

     

    꺽쇠 고를 때는 길이가 고민이었다. 나는 대략 지지할 제품길이의 1/3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치하고보니 대략 지지할 길이의 절반은 되야할 것 같다. 길이 180mm, 150mm 선반은 55mm 꺽쇠만 달아놓으니 힘을 주면 휘어지는 느낌이 있다. 

     

    선반 설치 중

     

    이런 식으로 설치했다. 수평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평평한 플라스틱 상자를 가져와서 수평을 잡았다. 역시 셀프시공은 야매로 하는 맛이다.

     

     

    3단 선반 완성2

     

    왼쪽에 3단 선반 설치까지 완료했다. 멀바우 짙은 컬러가 고급진 느낌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뭔가 고급진 80년대 호텔 목욕탕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그나저나 저 선반 말고 작은 나무토막 2개 자른 게 있었는데...?

     

     

    헤어드라이기 거치대

     

    요렇게 달아놓았다. 이건 헤어드라이기 거치대이다. 

     

     

    아방가르드한 헤어드라이기 거치대

     

    뭐야 이거!???

    '혁신이란 이런 것 아닐까..?'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헤어드라이기를 놓는다.

    놀랍게도 사용하기엔 매우 편하다.

     

    5. 결론

     내 블로그는 돈에 관련한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므로 절감액을 산출해보기로 한다.

     

      - 나무재단 : 20,000원

      -  바니쉬 : 8,000원

      -        철물 : 8,000원

      - 스폰지붓 : 1,000원

      -       사포 : 1,000원

    ---------------------------- 

              합계 :  38,000원

     

     대략 무지주 선반 3개면 60,000원꼴이니 40% 정도 돈은 아꼈다.

     

     기성품 선반이 내가 원하는 것과 꼭 맞다면 기성품을 사는 게 나은 것 같다. 아무래도 표면 마감처리 부분은 좋은 장비와 전문가들이 해주시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럼에도 아내께서는 완성품을 보시고는 매우 좋아하셨다.
    나는 이 맛에 셀프 시공한다.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선반 하나가 만들어졌다.

     

    끝.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