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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보다 취약한 금융시장(달러의 힘을 읽고)
    카테고리 없음 2024. 5. 4. 08:05

    달러의 힘, 김동기 저

     

     

      영국인들이 미국으로 처음 이주했던 1607년에는 달러가 없었다.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 또는 당시 식민지 강대국인 스페인 달러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18세기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국가를 세웠는데, 국가 운영에 필요한 조세를 징수하기 위해 화폐를 만들었다. 최초의 화폐는 13개 주가 대륙회의를 결성하여 발행한 콘티넨탈 달러였는데 머지않아 화폐 발행량이 폭증하여 휴지조각이 되었고 이후 주정부에서 발행한 화폐, 은행에서 발행한 은행권, 연합정부가 발행한 그린백 등 여러 화폐들이 과다발행 후 인플레이션으로 휴지조각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 연준이 발행하는 달러 시스템은 그 과정 이후 최종적으로 정착된 것이다.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연준 시스템이다. 미국의 선조들의 가지고 있는 중앙집권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300여년의 시간동안 화폐시스템에 녹인 덕분일까. 화폐는 그 가치를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런면에서 미국의 연준은 탁월하다. 연준 인사는 국가 권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준의 자본은 연방정부와 각 금융기관들의 출자금으로 이루어져있어 주요 의사결정에 정부와 시장의 합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경제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유럽이 전쟁에 빠져있는 동안 미국은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팔았고 전쟁 후엔 독일 등 패전국이 배상금을 낼 수 있을만한 산업을 육성하게끔 달러를 빌려줬다. 이에 전 세계에 달러가 광범위하게 풀렸고 미국은 대외 정책을 통해 달러 수요를 만들어냈다. 

      이러다보니 큰 돈이 오가는 곳에는 달러 외엔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생겼다. 석유, 원자재 등 큰 돈이 오가는 곳에서는 금을 사용하자니 불편하고 발행규모와 사용처가 적은 화폐를 사용하자니 큰 돈을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흔들릴 위험이 있었다. 바가지로 물을 떠서 세숫대야에 부으면 넘칠수 있지만 바다에 부으면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보니 달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그 믿음은 연준이 위급시 “무제한 양적완화”를 운운해도 시장에 아무이상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달러가 가장 강력한 화폐일까? 

     

      그건 미국의 대외 신뢰성과 중립적인 화폐정책에 달렸다. 화폐는 그 가치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믿음으로 존속한다. 화폐를 사용하는 보통의 구성원은 그 국가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지만 미국의 화폐는 다르다. 국가를 넘어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믿는다. 이 말은 적어도 미국정부가 화폐에 관해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을 사용자들이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눈에 띄게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에서 직접 자동차와 반도체를 생산하게 하고 틱톡과 같은 중국이 관여된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특별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자국 제조업체와 한국 등 해외 업체 간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한다. 자유무역하겠다고 WTO를 만들어서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던 미국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미국은 달러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차별적 조치를 하고 있다. 러시아, 이란 등 자신들의 이익을 심히 저해할 위험이 있는 국가에 대해 달러 사용을 제한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국가들은 달러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날까봐 은근한 두려움을 느낀다. 만약 미국이 달러사용 제한국가나 단체를 지속적으로 늘린다해도 달러의 위상이 이전과 같을까? 만약 미국의 한 어떤 정의로운 행동때문에 자신이 가진 화폐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버린다면, 그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금처럼 중립적이지 않은 달러 정책은 다른 화폐에 대한 수요만 증가시킬 뿐이다. 그 수요를 바라보고 중국은 런민비를 뿌리고있고, 그 수요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만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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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회사일이 너무나 바빴다. 여러 상황들이 바뀌어 매일 새벽 출근을 했더니 책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읽을 것도 많은데, 내용 중 상당수는 내가 모르는 것이라 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질 않았다. 

      그런데 책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다. 금융경제와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교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읽을만한 책이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손에 놓지 못했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미국 경제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찾고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사실상 미국 경제의 리스크가 세계 시장경제의 리스크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세계는 미국을 싫어하는 것과 관계없이 미국 달러에 대단히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 시장경제는 대단히 견고하지 못하다. 우리는 화폐가 어떤 논리에 의해, 어떤 근거로, 어떤 이유로, 어떤 원리로 가치를 가지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사람들이 '화폐로 무엇을 할 수 있다.'라는 믿음에 의존한다. 그 뿐만 아니라 현재의 화폐시스템은 담보에 담보를 거는 식으로 지나치게 확장되어 있다. 1차 금융기관이 연준에 돈을 예치했다면, 2차 금융기관에는 그 돈의 수 배 이상을 대출한다. 2차 금융기관은 또 다른 기관이나 개인에게 수 배 이상을 대출하거나 투자상품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투자상품에서 파생된 수 배를 베팅한 상품을 만든다. 마치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처럼 금융시장은 불안하게 확장되어 있다. 이런 불안정한 구조는 어느 한곳에서 자그마한 일이 터졌을 때 크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다행히 1997년, 2008년, 2020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미국이 무제한으로 달러를 풀겠다고 호언하여 막아냈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원칙을 뛰어넘는 미국의 조기 개입으로 금융 붕괴는 막았지만 대마불사의 진리는 더욱 강고해졌다. 가능한 크게 빚을 내고 가능한 큰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면 미국이 한도없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위기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난 것이다. 큰 돈을 가지고 베팅한 사람은 앞으로도 낮은 위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게 자명해졌고 자산 규모가 적은 기관, 개인 그리고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큰 돈 가진 사람들에 비해 차별적인 금융여건 속에서 더욱 돈벌기가 어려워졌다. 어려운 논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런 시장은 존속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언제올지 모르는 종말을 대비한다고 지금당장 세간살이 다 팔고 낭인으로 살 필요는 없다.)

      

       미국시장 그리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가진 리스크가 어떤 것인지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는 각 장별로 다룬 금융 사건에 대해 세세히 공부하며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끝.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