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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매입등 셀프시공(feat. 무선리모컨)카테고리 없음 2021. 1. 29. 03:04
익숙한 가정집 조명이라면 큰 전등을 천장 한가운데에 설치해놓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설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구의 크기 때문이다. 무겁고 큰 전구 여러 개를 집안 곳곳에 설치하면 공간 활용면에서 비효율적이니, 밝기가 큰 몇 개의 전등을 공간의 한 가운데에 모아놓는게 좋다.
하지만 지금의 조명은 다르다. 이제는 손톱만한 LED 소자가 아주 밝은 빛을 낸다. 과거처럼 방전관이나 유리구를 사용하지 않기에, 크지도 무겁지도 않다. 조명의 디자인적 제약요소가 사라진 것이다. 덕분에 조명의 모양은 다양해졌고 그에 따라 조명 배치도 새로워졌다.
나는 작은 LED매입등을 균일하게 분산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렇게 조명을 분산하면 큰 빛을 내는 조명이 없어 눈부심이 적고 편안하다. 공간 전체적으로도 균일한 조도를 얻을 수 있는데, 조도가 균일하면 위치에 따른 빛 변화가 적어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집에 어두운 공간이 없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우리집은 이렇게 생겼다. 천장에 간접등과 메인 전등만 달려있고 보조조명이 없다. 34평 4베이구조이다보니 거실과 주방이 넓은 편이어서 주방과 거실의 경계나 가장자리는 어둡다. 복도는 조명이라곤 간접등 뿐이어서 항상 어둡다.
우리집은 조명이 더 필요했다.
나는 돈을 아끼고 싶었다.
그래서 또 셀프시공을 감행했다.
1. 조명 위치 선정
우선 천장 석고보드를 지지하는 각목(천장보)이 어느 곳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하중을 지지하는 각목을 잘랐다간 천장이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 속에 머리를 넣을 수도 없고, 도저히 맨눈으로 볼 수가 없어서 손으로 한번 만져보고 휴대폰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해서 확인하는 것을 반복했다.
참고로 천장이든 바닥이든 벽이든 절대 아무 곳이나 막 뚫으면 안 된다. 각목으로 천장 구조물을 지지해놓았는데 각목을 잘라버린다면... 그야말로 셀프 시공하려다가 천장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가 있다. 바닥이나 벽도 마찬가지다 호기롭게 타공 하다가 매입된 전선이라도 잘라버리면,,,, 그야말로 대형사고다.
하지만, 그걸 다 파악해놓고도 각목을 자르는 똥손이 있었으니.... 자세한 건 후술 한다.그리곤 매입등 위치를 마스킹 테이프로 표시했다. 인터넷으로 전문가분들을 보니 레이저 레벨기로 정확하게 하시던데, 나는 셀프니까 줄자로 측정하여 표시했다.
2. 배선 설계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끌어와야 할지 고민했다.
처음엔 복도에 두어 개 정도만 설치할 생각이어서 간접등 전선에서 따오려고 했었다. 그런데, 설계하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12개의 전등을 설치하는 대공사가 되었다.
그 결과 별도 전원에서 별도의 스위치를 써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찾다 보니...
주방 후드가 있었다. 상시 전원이면서 배선 노출이 최대한 안 되는 최단거리의 전원이었다.
그런데, 주방 후드는 천장에 달린 물건인데 전등 스위치는 어떻게 달아야 하지...?
인터넷에 찾아보니 요런 게 있었다. 접점 모듈과 리모컨을 세트로 판다. 그것도 3회로, 2회로 다양하게! 이젠 불 끄러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다! 껄껄.
무선 스위치가 있으니 배선 설계는 아주 간단하다. 수신기까지 상시 전원을 끌어와서 연결하고 회로별로 원하는 전등을 병렬로 연결하면 끝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작업
노가다을 시작 해본다.3. 천장 타공
우선 바닥과 벽에 비닐을 깔아야 한다. 타공은 부재를 갈아내면서 자르는 것이므로 먼지가 엄청 떨어진다.
비닐 까는 것은 커버링 테이프를 쓰면 간편하다. 커버링 테이프는 넓은 걸 사도 2천 원이면 충분하다. 2천원 아끼려다가 하루 종일 먼지 닦느라 고생할 수 있으니 아끼지 말고 비닐을 깔아야 한다.
(물론 나는 무턱대고 천장부터 뚫어서 한참을 청소했다.)
내가 붙일 매입 등은 필립스의 SL201(4000K) 4.5W 제품이다. 전등 매뉴얼에 70파이 타공 하여 설치하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나는 50파이 홀소밖에 없으므로 50파이 홀소로 무턱대고 뚫어보았다. 그랬더니
매입등이 들어가질 않았다. 매입등이 정확하게 지름 70mm의 원에만 들어가게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내 손을 믿고 50파이 홀소로 두세 번 뚫으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쥐 파먹은 것 같은 천장 구멍만 만들어졌다. 역시 철저하지 못하면 늘 장애가 생긴다.
앞으로 12개를 더 뚫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천장 뚫다가 작업 망치겠다 싶어서 집 앞 철물점에서 70파이 홀소를 샀다.
인터넷에서 산 홀소 5개 세트는 3500원이었는데, 저건 철물점에서 하나에 18,000원이었다. 저걸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내가 또 눈탱이 맞은 건 아닌지, 난 왜 그때 사장님께 비싸다고 한번 물어보지도 못했을까 하며 자책하였으나...
막상 사용해보니 3,500원짜리 홀소는 그냥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업하기 편했다. 뒤늦게나마 네이버로 가격 검색을 해보니 그다지 눈탱이는 아니어서 철물점 사장님께 다시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여하간 비싼 홀쏘 덕에 타공 작업은 수월했다. 여러 번 손댈 필요가 없으니 타공도 깔끔했다.
그런데....
신나게 타공 하는데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어서 봤더니 각목이다....?
분명 나는 열심히 각목 위치를 체크했는데...?
다행히 각목을 자르진 않고 흠집만 낸 상태였다. 일단 매입등이 들어갈 수 있게 옆으로 이동해서 다른 구멍을 팠다. 잘못 뚫은 구멍은 뭐든 자연스럽게 막아보자며 일단 잊기로 했다. 그렇게 멘털을 잡지 않으면 작업을 못할 것 같았으니까....
4. 전선 배선
우선 전원단부터 포설을 시작했다. 후드 앞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고 그곳에 긴 철사를 넣어서 전선길을 내었다. 그리고 그 철사에 전선을 묶어서 당겨오는 방법으로 배선했다.
중간에 전원을 분기하는 곳들은 모두 커넥터를 썼다. 개당 120원인데, 커넥터 덕분에 작업이 매우 편리했다.
5. 스위치 모듈 및 매입등 설치
작업하면서 가장 신났던 순간이다. 곧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렇게 빼놓은 커넥터에 매입등을 접속하고 딱 맞추어 자리 잡으면 끝이다. 스위치 모듈은 사진을 안 찍어놓았는데, 대충 잘 연결하면 된다.
(응?.. 설명하기 귀찮은 것 같은데.)그리고 가장 마지막, 전원을 연결한다.
기존의 콘센트에 꽂는 게 깔끔할 것 같아서 천 원짜리 플러그를 사서 연결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다이소에서 이천 원짜리 전선 몰딩을 사서 최대한 눈에 거슬리지 않게 마무리하였다.
6. 대망의 점등
우선 리모컨이 잘 되는지 확인해봤다. 우선 거실부터...
잘된다..!
중국산이라고 무시했는데 잘된다.
무시를 취소한다.
전체 조명을 모두 켜고 이상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구석구석 어두운 곳 없이 집이 환해지면서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7. 정산
전선 및 커넥터 : 12,180원
홀쏘 : 21,500원
매입등 : 54,600원
리모트 스위치 : 23,000원
커버링테이프 : 2,000원
전원플러그 : 1,000원
전선몰딩 :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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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 116,280원
전파사 사장님을 불렀다면 출장비에 타공/배선비용, 자재 조달비까지 들었을텐데, 대략 10만원은 아꼈겠다고 스스로 자축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