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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빈 노트 2021. 7. 16. 13:25

    오늘은 그냥 내 성장 이야기이다.

      난 내가 음악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참 많이 잘난 척했다. 주변이 모두 아마추어인지라 다들 실력이 비슷했던 것인데, 난 내가 재능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음악가가 되야겠다고 생각하고 참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다.
    물론 잘 안됐다. 무턱대고 음악을 많이듣고 악기를 연습하면 좋은 음악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지도 모르는 체 나는 그냥 내가 재밌어하는 음악만 했던 것인데 잘될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존심은 있어서 어디 가서 음악이야기를 하면 참 우쭐했었다. 그걸로 수강료도 받고...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다.
       짧지않은 시간 음악을 하면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어정쩡하게 하는 음악이 재미있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스러운 것이 됐다. 그래서 20대 중반부터는 음악말고 돈 버는 일을 찾아나섰다.
    처음에는 음악과 이별하는게 쉽지 않았다. 나는 음악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오랜시간 나는 음악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고,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보니 음악을 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게 꼭 친구를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딱 잘라 헤어지지 못하고 어떻게든 음악 근처에서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맴돌아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것도 잘 안됐다.
    내가 무얼가지고 고민하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어느 순간 나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음악에 재능이 없었던 것이고, 운도 따르지 않았던 것이라고... 그래서 남들에게 사랑받는 음악가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그쯤되니 아무 껍데기 없는 내가 보였다. 음악으로 겹겹이 쌓아놓은 것들을 못 벗기고 있다가 그제야 벗긴 것이다.
    다행히 껍데기 속 내 원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최악은 아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이 보였다. 고쳐 쓸 수 있는 곳도 보였다. 그렇게 나는 인생계획을 다시 세웠고 지금은 음악과 상관없는 보통 회사에 다니고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사는 방법은 다르다. 그리고 누구나 가진 재능도 다르다. 노력도 재능이란 말이 있는데 맞는말이다. 내가 12시간 앉아서 악기 연습을 할 수 있듯이, 누군가는 12시간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있을 것이니까.
    내가 가진 재능이 내 인생방향과 같으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하지만 수많은 인생 방향만큼이나 재능도 제각각이다. 두 가지의 방향이 자연스레 맞기란 어렵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방향을 맞춰줘야한다.
    방향을 맞추려면 어떤 가식으로도 덮여있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병명을 알아야되니까. 그래야만 뭐가 됐든 간에 고치던지 덮던지 할테니까. 그런데 그걸 바라보는 것이 항상 두렵다.

    요즘은 회사생활과 승진 등 몇몇 문제로 내 자신을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있는 나와 행복한 삶을 그리는 나 사이에서 늘 고민 중이다. 중요한 건 아무 껍데기 없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어디까지 손댈 수 있는 수준인지 알아보는 것인데,,, 여러 사람들의 기대와 눈길, 그리고 대외여건들이 내 눈을 가리는 듯 하다. 그래서 참 어렵다.

    오늘의 잡썰, 끝.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